5, December - 2022스테디-스테이트와 수박 빈티지

나는 셔츠가 (남자의 속옷이라는 별명의) 소모품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그동안 남성 셔츠는 소모품이라는인식으로 한 계절을 입으면 힘을 잃는 원단과 봉재 상태로 만들어지고 그에 알맞은 가격이 시장에는 형성되어 있었다. 적절한 옷의 수명과 그에 부합되는 가격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은 산업의 측면에서 본다면 굉장한 업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만드는 셔츠는 경제적 면에서 비합리적이고 싶었기에 생산량이나 가격은 배제하고 심미안에만 집중해서 제품개발을 했다. 한 계절이면 미련 없이 버리는 옷이 아닌 몇 년을 옷감이 헤어질 때까지 입고도 버릴때는 아쉬운 그런 옷이길 바랐기 때문에 몇 년을 입다 옷깃이 헤어져서 더 이상 못 입는 셔츠를 들고와서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오더 하시는 고객님을 만나면 훈장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메종을 비공개로 운영하다 보니 이러한 감사한 순간들을 만나기가 힘들어졌다. 코로나로 경기가 안 좋아져서 인지 세컨드마켓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었고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스테디-스테이트 셔츠를 중고거래 시장에서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기분이 좋았다. 버리기 쉬운 셔츠라는 아이템을 (체형이 변하거나 재택근무가 많아져 슈트 입을 일이 줄어들면서) 옷장 속에만 놔두는 게 아쉬워 다림질을 곱게 하고 이쁘게 사진 찍어 판매 가격을 고민하며 구매 당시를 한 번 더 회상했을 테고 이 셔츠를 입을 다른 사람을 찾기 위해 정성 들여 글을 올렸을 이 귀찮은 과정을 생각하면 커피 한잔 대접하고 싶은 고마운 마음이었다. (나에게도 중고마켓에 팔아야지 생각하고 모아둔 옷이 캐리어 2개가 있지만 게으름으로 못하고 있다.)

올해 8월 오랜 친구 지훈이가 수박 빈티지에서 스테디-스테이트를 발견했다고 반가운 마음에 연락을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때부터가 수박 빈티지와 이 특별한 협업의 시작 점이 된 것 같다. 당근이나 중고나라 같은 개인적인 판매가 아닌 잘 셀렉된 숍에서 내가 만든 제품의 중고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내가 생각하는 수박 빈티지는 오너의 취향과 철학이 뚜렷한 서울에서 손에 꼽히는 편집매장이었다. 매장에 처음 방문했을 때 내가 알고 있던 빈티지 매장과 다른 몇 개의 특별한 점을 발견했다. 수박 빈티지에는 내 기억속 90년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아이템들과 현재가 공존하며 아이템별 색상별 사이즈별로 세련되게 정리되어 있었고 수박의 특유의 좋은 향기가 베어 있다.

이 매장의 적절한 위치에 스테디-스테이트 셔츠가 디피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스테디-스테이트와 수박빈티지는 교차 점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다른 점이 더 많은 두 개의 브랜드이다. 정반대에 위치해 있기에 함께 하는게 더욱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를 좋아하고 스테디-스테이트를 소비했던 고객님들은 이미 수박 빈티지의 고객이거나 분명히 수박 빈티지라는 매력적인 곳을 좋아할 것이라 확신이 생겨서 수박빈티지와 협업제품도 만들게되었다.
2022년 12월 17일 출시되는 스테디-스테이트의 초어자켓을 수박 빈티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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