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November - 2022초어재킷의 시작

22년 7월 강릉 여행 중 남자친구가 입고 있는 재킷이 나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사이즈가 같으면 뺏어 입었을 텐데 아쉽게도 남자 옷을 뺏어 입기엔 내 체격은 너무 작았다. 인터넷 쇼핑을 하려고 서치하다 보니 아주 오래전 역사 속의 초어 재킷이라는 아이템에 매료되었고 시간을 들여 알아보고 가장 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으면 구입하기로 했다.

인스타에 여성 초어 재킷을 찾고 있다는 스토리를 올리자 주변 친구들이 추천해 줘서 알게 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재킷은 내 사이즈가 없고 내 사이즈로 제작되는 디자인은 허리가 잘록 들어간 여성적인 디자인으로 원하는 실루엣이 아니었다. 지인들이 가지고 있던 오래된 빈티지부터 최근 출시된 옷들을 빌려줘서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고 2개월 정도 머릿속 실루엣을 손 패턴으로 만들어 여러 번 수정하니 흡족한 실루엣이 완성되었다. 막연하게 5가지 정도의 색상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소재감을 구상해 두었는데 2가지 색상은 도톰하고 러프하게 짜인 면으로 제작하고 싶었다.

브라운을 머금은 듯한 블랙 색상의 7수 트윌 면 원단이 눈에 들어왔고 이 원단을 조금 구매해서 워싱과 테스트를 거쳐 샘플을 만들다 보니 내가 입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일이 조금 커진 걸 알았다. 주변 친구들의 제작 요청이 늘어나고 있어서 몇 벌을 제작할지 고민을 하던 중에 수박 빈티지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다.친구들이 이야기해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눈 건 레리치 행사장에서 처음이었다. 이후 친한 친구가 수박 빈티지에서 스테디-스테이트를 발견했다는 연락을 주었다. 너무 반가웠다. (종종 필웨이나 당근에서 스테디-스테이트 셔츠 판매 글을 보면 내가 사러 가서 커피 쿠폰이라도 드리고 싶을 정도로 고마운 마음이다.)

반가운 마음이 사그라지기 전, 우리 사무실 옆으로 미팅 온 대표님과 가볍게 차 한 잔을 하게 되었다. 수량의 고민을 끝내지 못하던 중 재킷의 두 가지 색상 정도는 사장님과 함께 출시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서로 생각했다. 교집합이 존재는 하지만 압도적이지 않고 반대적인 성격이 많은 브랜드이지만 묘하게 같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의외성도 존재했다.

지나가는 듯했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첫 원단으로 만든 샘플이 완성된 다음날 마침 수박 빈티지의 @zungzin 작가님의 전시에 샘플을 입고 가게 되었다. 종종 협업에 대한 제안은 성사가 안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기대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갔고 대표님은 두 번째 색상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레 함께해 주었다.

수박 별주로 두 가지 색상을 첫 출시일에 함께 출시하기로 결정되었고 오더 최소 수량이 내 머릿속에 정해놓은 가격에 어느 정도 협의가 되었다. 수박 빈티지 별주는 스테디에서 제작하게 되는 재킷과 동일하게 제작하되, 오래된 미군복이 사틴[satin]원단을 뒤집어서 제작했던 것처럼, 본 원단을 뒤집어서 제작해 보기로 했다. 원단을 뒤집으니 같으면서도 완전 반대의 것이 되었다. 빈티지 마니아인 고객님의 셔츠로 몇 번 시도해 본 적은 있지만 기성으로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궁금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어떤 모습이 될지 나도 궁금하다.

2022년 10월 28일 있었던 일이었다.

세 번째 미팅은 다음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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